10월 22일, 점심 무렵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오후 1시 반쯤 난징에 닿았다. 5박 6일 동안 혼자 하는 여행이었다. 계획은 단순했다. 난징 시내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고, 중간에 안후이성의 천주산에 올라 하룻밤 묵고 오는 것.
돌아와서 정리해 보니 이번 여행은 두 가지 모습이었다. 걷기 좋은 도시 난징, 그리고 끝내 얼굴을 보여 주지 않은 산 천주산.
라오먼동에서 영곡탑까지
둘째 날인 23일에는 라오먼동과 영곡탑을 둘러봤다.
먼저 들른 라오먼동은 붉은 등이 걸린 옛 거리였다.
라오먼동을 나와 영곡탑으로 갔다.
현무문과 더지 미술관
24일에는 창저우에 사는 친구가 난징까지 와 주었다. 이날은 현무문(玄武门)과 더지 미술관에 갔다. 혼자 다닐 때보다 지출이 커진 날 중 하나였다.
더지 미술관은 쇼핑몰 안에 있지만, 미술관 규모와 전시 구성은 생각보다 컸다. 전관 입장권인지, 특별 전시가 포함되는지에 따라 표가 나뉘어 있으니 보고 싶은 전시가 어느 표에 들어가는지 먼저 확인하고 사는 게 좋다.
안개 속의 천주산
넷째 날, 이번 여행의 메인이었던 천주산으로 향했다. 난징에서 안후이성 첸산까지 이동한 뒤, 첸산역 앞에서 10위안짜리 현지 버스를 탔다. 입장료가 약 155위안, 케이블카가 대략 80위안이고, 이것저것 더하면 체감 비용은 300위안대까지 올라간다.
계획은 동쪽 케이블카로 올라가 정상을 밟고, 서쪽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동쪽 케이블카를 타고 대룡와 방면을 지나 정상부까지는 예정대로 올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정상은 온통 안개였고,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둘러 내려가고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풍경은 단 한 장면도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서쪽 능선으로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나는 계획을 바꿨다.
케이블카 대신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호수를 지나고, 목양하를 따라 절 근처를 거쳐 남쪽 출구로 나왔다. 돌이켜 보면 이 하산길은 꽤 괜찮았다. 체력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와도 충분히 좋은 길이다.
다만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무릎이 덜 아프게 하려고 몸을 비틀어 걸었더니, 그 뒤로 왼쪽 허리가 아팠다. 그날 밤은 산행 전후 이동을 줄이려고 잡아 둔 천주산 숙소에서 묵었다. 난징에 돌아와 1912 거리의 마사지 숍에서 받은 마사지가 좋았다.
현지 택시 기사에게 천주산은 언제 오는 게 제일 좋으냐고 물었다. 7월이라고 했다. 하지만 7월의 중국 중남부는 덥고, 비가 많고, 산에는 안개가 잦다. 결국 경치를 보러 가는 산은 계절보다 그날의 날씨가 전부라는 걸, 나는 정상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서야 배웠다.
우수산은 서둘러야 한다
천주산에서 돌아온 날, 우수산에 들렀다.
우수산은 안에서 움직이는 거리가 길다. 그런데 주요 관람은 오후 5시 반쯤 끝나고 셔틀도 6시쯤이면 끊긴다. 오후 늦게 들어가면 제대로 보기 어렵다. 가 볼 생각이라면 적어도 서너 시간은 넉넉히 잡고 일찍 들어가는 게 좋다.
머문 곳에 대하여
난징에서 묵은 숙소 The Yume는 위치 하나만큼은 좋았다. 신제커우와 1912 거리 사이라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쉬웠다. 로비는 저렴한 비즈니스호텔 같은 인상이었고, 캐리어를 들고 오르기엔 계단이 불편했다. 방은 사진보다 좁았고, 2024년에 문을 열었다는 것치고는 낡은 곳이 보였다. 수건 하나에는 다른 호텔 체인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정가라면 권하기 어렵고, 싸게 잡혔을 때 위치만 보고 고를 만한 곳이다. 중국 호텔은 오픈 연도보다 최근 투숙객의 사진과 후기를 믿는 편이 낫다는 걸 다시 느꼈다.
여행을 마치며
난징은 교통과 도심 관광이 편해서, 걷고 사진 찍는 여행과 잘 맞는 도시였다. 천주산에서는 가장 보고 싶던 풍경을 날씨에 빼앗겼다. 그래도 안개 속에서 직접 산을 넘어 남쪽 출구까지 걸어 내려온 시간은, 관광지만 찍고 돌아오는 여행과는 분명히 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현지에서 쓴 돈은 항공·철도·숙박을 빼고 2,000위안 안팎이었다. 다음에 산에 간다면 출발 전에 강수확률만이 아니라 정상의 구름과 시정, 케이블카 운행 여부까지 꼭 확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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