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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왜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가
서문
2025년의 우리는 더 이상 댓글을 정보의 축적이나 공론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댓글은 점차 감정의 반사 신호로 작동하며, 사회적 윤리의 표출과 감정적 제재의 수단으로 변모해왔다.
이 글은 그 변화의 징후들을 짚고, 오늘날 댓글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감정의 질서’를 구현하는 장치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1. 댓글은 생각이 아니다
한때 댓글은 생각을 더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댓글은 즉시 반응적이며, 감정적으로 코드화된 문장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 “보기 민망하네요.”
- “예의가 없네요.”
- “왜 안 입었죠?”
이 문장들은 정보 전달이나 의견 제시가 아니라, 정서적 위계의 선언이며,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감하거나, 침묵하거나, 제거하라’는 암묵적 감정 명령이다.
2. 플랫폼은 감정을 구조화한다
우리는 종종 댓글 문화의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이나 커뮤니티의 정서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플랫폼의 구조적 설계에 있다.
- 네이버는 오래된 커뮤니티 중심의 규범 질서가 강하게 남아 있어,
댓글이 ‘공공적 훈계’의 장치로 작동한다. -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관리 기반의 플랫폼이기에,
댓글은 철저히 개인 윤리에 대한 감시/응징 체계로 기능한다.
즉, ‘악플 1줄’에 수십 개의 윤리적 응답이 돌아오는 역관광 메타가 발생한다. - 유튜브는 정서 분열이 가장 극단적으로 양분된 공간이다.
드립과 조롱, 신념과 광신이 나란히 존재하며, 감정은 놀이이자 무기다.
3. 감정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댓글을 구성하는 감정의 흐름은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알고리즘이 유저에게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정서적 자극을 유도한 결과물이다.
- 동조가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
- 이견은 드물고, 침묵은 곧 동의로 간주되는 문화
- 반응이 빠른 감정어일수록 상단 노출이 강화되는 방식
이러한 조건들은 댓글을 점차
‘생각의 보조’에서 ‘감정의 유도’로,
더 나아가 ‘감정의 감시’로 진화시킨다.
결론
댓글은 더 이상 말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의 신호이고, 집단 정서의 검열이며,
어떤 경우엔 개인의 윤리적 반응성을 시험하는 리트머스다.
우리는 지금, 말의 전성기가 아니라
감정의 규율기가 도래한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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